1. 텔로미어는 무엇인가
1900년대 중반까지 과학자들은 척추동물의 세포를 in vitro(시험관 실험)에서 키우면 영원히 죽지 않고 분열할 수 있지만, 다세포 생물체의 구성원으로 작용하게 되면 유한한 생명을 갖는다는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알렉시 카렐(Alexis Carrel)의 닭의 세포를 34년 동안이나 배양했다고 주장한데 반하여, 헤이플릭(Leonard Hayflick)은 정상적인 세포라면 그 어떤 방법으로도 세포를 영원히 자라게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헤이플릭은 세포가 분열 횟수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50~60번 세포분열을 하면 분열을 정지한다고 주장했으며, 나중에는 그는 이러한 현상이 노화와 관계있을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카렐의 실험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드러났는데, 당시 카렐은 매일 세포에 닭의 배아 조직을 갈아서 양분으로 제공했는데, 이렇게 하면 새로운 줄기세포가 지속적으로 배양에 제공될 수 있기 때문에 배양중인 세포가 암세포처럼 끊임없이 분열하는 것처럼 보인 것입니다.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시 일정 횟수 이상 계대 배양하게 되면 더 이상 세포분열과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관찰하게 되는데, 이를 '복제 노화(replicative senescence)'라고 부릅니다.
생식세포와 종양세포 등의 일부 세포를 제외한 모든 세포는 무한정 분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 횟수 이상 분열 후에는 더 이상 분열할 수 없는 세포 수명(life span)의 한계성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동물의 정상세포는 왜 영원히 분열할 수 없는 것일까요?
텔로미어 연구가 세포분열 횟수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1930년대에 헤르만 뮐러(Hermann Muller)와 바바라 맥크린톡(Barbara McClintock)은 텔로미어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습니다. 뮐러는 초파리 염색체 염구를 통하여 텔로미어가 염색체 전체의 안정성(stability)에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또 맥클린 톡은 옥수수 연구를 통하여 텔로미어에 염색체를 보호하는 역할이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들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1953년 왓슨(James Watson)과 크릭(Francis Crick)에 의해 DNA 구조가 밝혀진 뒤로 유전정보가 DNA를 통해서 어떻게 보존(maintain), 전달(transfer), 해석(express)되는지 밝혀졌습니다. 관련된 여러 기전이 밝혀지면서 한편으로 다른 의문도 생겼습니다.
1972년 왓슨은 그동안 밝혀진 지식을 토대로 DNA의 '말단 복제 문제(end replication problem)'를 제시했습니다. 지연가닥(lagging strand)의 말단 RNA 프라이머(primer)가 제거되고 그 부분은 복제되지 않고 빈 공간(gap)으로 남음으로써 말단 염기서열의 소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세포분열이 지속될수록 염색체가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세포분열을 통해 염색체가 짧아진다는 사실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생물체의 유전정보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세대가 거듭된다고 해서 유전정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이것을 통해 기존의 이론에 대하여 무언가 보완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텔로미어에 대한 이런 발견은 당시 생물학자들은 몰랐지만, 세포노화와 깊은 관련이 있었습니다.
텔로미어의 발견
염색체와 세포분열에 대한 여러 의문들은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에 의해 풀렸습니다. 그녀는 '테트라하이메나(tetrahymena)'라는 작은 원생생물(Protist, 미생물의 한 종류)의 DNA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1978년 블랙번은 테트라하이메나 염색체 텔로미어를 생거(Sanger)방법으로 염기서열 분석해 그 염기서열이 매우 독특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후 블랙번의 연구에 동참한 잭 쇼스택(Jack Szostak)은 이 특정서열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밝혀냈습니다. 테트라헤이메나의 DNA 조각을 효모(yeast)에 넣으면 쉽게 조각조각을 분해됩니다. 그러나 테트라하이메나의 텔로미어가 붙은 DNA 조각은 분해되지 않았습니다. 텔로미어가 DNA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입니다. 쇼스택은 효모에서도 테트라하이메나와 똑같이 텔로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효모와 테트라하이메나의 텔로미어 염기서열은 상당히 유사했습니다. 그것은 진화 과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종이 같은 방법으로 염색체의 말단을 보호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블랙번 실험실의 대학원생이었던 캐롤 그라이더(Carol Greider)가 인공적으로 합성한 텔로미어 DNA 조각에 세포 추출물을 넣자 텔로미어가 추가로 합성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세포 추출물에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효소, 즉 텔로머라제(telomerase)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라이더와 블랙번은 수년 동안 노력해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효소인 텔로머라제(telomerase)를 분리했습니다. 놀랍게도 텔로머라제 효소 가운데에는 자체 RNA 조각을 포함합니다. 2009년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제 연구 공로로 블랙번, 그라이더, 쇼스택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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